김영하 북클럽 3월의 도서 아트 슈피겔만의 <쥐: 한 생존자의 이야기>
미국의 만화가 아트 슈피겔만이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인 아버지의 경험담을 만화로 그려낸 책이다.
현재까지의 퓰리처상 수상작 중 유일한 그래픽 노블이라고 한다.
슈피겔만은 이 작품의 완성만을 위해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걸작은 걸작인게 아무리 만화책이지만 양이 꽤 되는데 하루만에 날 새워서 다 읽어버렸다.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은 아들이 아버지 블라덱 슈피겔만을 찾아가 홀로코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현재 시점에서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 등이 나오는데
비록 대부분 아버지와 누군가의 갈등상황이 표현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책의 전체적인 긴장감을 낮춰주는 듯 하다.
홀로코스트에 관한 창작물들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 읽거나 보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인데 훌륭한 장치인 것 같다.
또 다른 특징적인 점은 모든 등장인물들이 동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작품상 유대인은 쥐, 독일인/나치는 고양이, 폴란드인은 돼지, 미국인은 개 등으로 그려진다.
이것도 비극적인 참상으로부터 조금 더 거리를 둘 수 있는 장치인 것 같다.
그러지 않았다면 너무 끔찍해서 읽기가 힘들었을 듯 하다.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태어난 만큼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그로 인해 주변 인물들을 힘들게 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작가 자신이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아무 의미도 찾지 못하는데 어떻게 아우슈비츠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대목도 인상 깊다.
또 다른 인상적인 부분은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하여 중간에 삽입된 만화 <지옥 혹성의 죄수>.
그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아들인 주인공이 영원히 죄책감이라는 감옥 속에 갇혀 살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얼마나 깊은 절망감을 느끼는지가 정말 잘 표현된 것 같다.
블라덱 슈피겔만이 그녀의 노트를 불태워 버리지 않았다면 그녀의 이야기도 알 수 있었을텐데 너무 안타깝다.
김영하 북클럽 책 중 처음으로 도전해보았는데 너무 좋은 책을 읽게 되어서 기쁘다.
앞으로도 북클럽 책을 열심히 찾아볼 듯 하다!
김영하 북클럽이란?
김영하 작가가 한 달에 한 권씩 추천하는 책을 읽고 월말에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특별한 가입 절차가 따로 없고 책을 읽고 리뷰나 감상을 남기면서 #김영하북클럽을 태그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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