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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바라본 20세기의 11개의 중대사 -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고

by 에밀레죵 2022. 4. 3.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유시민 작가님이 1988년 출판한 책을 2021년에 전면 개정한 책이다.

20세기 세계사의 11가지 큰 사건(① 드레퓌스 사건 ② 사라예보 사건 ③ 러시아 혁명 ④ 대공황 ⑤ 대장정 ⑥ 히틀러의 등장 ⑦ 팔레스타인 분쟁 ⑧ 베트남 전쟁 ⑨ 맬컴 엑스와 흑인민권운동 ⑩ 핵무기 개발 ⑪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을 다룬 보고서이다. 


제목의 '거꾸로 읽는'은 세계사의 일부 사건을 비판적으로 읽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지금 읽으니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1988년에는 굉장히 획기적인 책이었을 것 같다...!

나는 정말 세계사에 대해서 무지를 넘어서 무식 수준을 자랑하는데,

이런 나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매우 효과적인 입문서적인 것 같다.

특히 러시아 혁명,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나 베트남 전쟁에 관한 역사는 중요하지만 왠지 익숙하지 않고 생소한 부분인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인상 깊은 부분은 흑인민권운동을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아닌 맬컴 엑스를 중점으로 서술한  부분

(이 부분은 진짜 '거꾸로 읽는' 부분인 것 같다).

내가 그래도 미국 역사에 완전히 문외한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맬컴 엑스라는 사람은 처음 들어봤다...

통합이 아닌 분리에 의한 평등을 추구했던 그의 사상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지만

흑인들에게 '정체성의 자각'을 가져다 준 사람이라는 작가의 평에 대해서는 일견 공감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던데, 베트남전쟁 부분을 읽으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떠올랐다.

객관적 힘의 우위가 전쟁 승리에 충분조건은 아니다.

명분 없이 낯선 땅에서 하는 전쟁을 병력이 많고 화력이 우세하다고 하여 손쉽게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오판이다.

책을 읽다보면 인류가 도대체 어떻게 진보했는지 의문이 든다...

드레퓌스 사건은 에밀 졸라의 글이 아닌 에스테라지의 어이 없는 자백에 의해 진실이 드러났고,

대중적인 '반나치투쟁'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였던 유대인들은 극단적인 시온주의 운동에 의해 팔레스타인에서 가해자가 되었다.

개별적인 투쟁에서 패배하고, 어떤 때는 퇴보하더라도 '역사의 시간'에서는 인류는 진보해왔다.

21세기에도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 사회혁명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3가지(3. 러시아혁명, p99)
1️⃣ 사회혁명은 구체제가 스스로 무너진 후에 일어났다. 즉 혁명의 적은 탄압이 아니라 개혁이다
2️⃣ 사회혁명은 구체제보다 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낳았다.
3️⃣ 사회혁명은 열병과 같아서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한 행위를 했다.

🗞 인종주의, 군국주의, 제국주의, 반유대주의, 가부장주의 등 '모든 낡고 악한 이념의 연대'가 히틀러에게 무한한 권력을 안겨줬다. 그는 대중을 속이지 않았다. 독일 국민은 알면서 그를 지지했다.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없지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 또한 아니었다. 그런 일은 언제 어디서든 또 벌어질 수 있다(6. 히틀러, p185).

🗞 미국 국민은 아프리카 출신 아버지를 든 바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인종주의 정서를 부추겨 대통령이 됐던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을 허락하지 않았다.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인종문제를 해결하고 킹 목사의 꿈을 실현할 것이다(9. 맬컴 엑스, p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