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란 무엇인가>는 단순히 대학 입시를 위한 것이 아닌 ‘지적 성숙의 과정’으로서의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김영민 교수님의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 덕에 술술 잘 읽히지만 각 장이 끝날 때마다 그 내용을 곱씹게 된다. 대학 입학 전 신입생이 적극적이고 의미있는 대학생활을 하기 위해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김영민 교수님에 대해서는 재작년에 중앙일보 사설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중앙일보에 매주 목요일 게재되는 [김영민의 생각의 공화국]이란 오피니언 칼럼인데, 정말 깔끔하게 글을 잘 쓰셔서 매주 읽으면서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당시의 기억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후회 없는 선택이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나는 제도권 안에서의 교육에 충실했던 것 같다. 타인과의 경쟁에 익숙해지고, 책에 나오는 것처럼 ‘학점을 따려고 필기 내용을 달달 외운 뒤 시험 때가 되면 토사물 뱉듯이 뱉어놓고 내용을 잊어먹는 공부(p73)’에 도가 텄다. 그 전 10년은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고 단지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공부했다. 뚜렷한 동기가 없었기에 성적은 무난했지만 중요한 문턱 앞에서 회피했고, 그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의 10년은 수동적이기만 했던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공부를 하고 싶다. 제도권 교육을 벗어나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찾아 공부하고 싶다.
완독 후 서평에 대해 검색하다가 김영민 교수님과 홍성욱 교수님이 13명의 편집위원이 의기투합하여 펴내신 ‘서울리뷰오브북스’라는 서평지를 알게 되어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좋은 서평을 많이 접하고 무엇보다 좋은 책들을 많이 소개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세상에 대한 경험적 지식이 쌓일수록, 세상은 모순이나 긴장이나 혼란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다. 완벽하게 흠결이 없는 혁명가, 오직 탐욕으로만 이루어진 자본가, 오직 순박함으로만 이루어진 농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은, 도덕적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던 혁명가, 너무 게을러서 탐욕스러워지는데 실패한 자본가, 섣불리 귀농했다가 야반도주하는 사람들도 가득 차 있다. (…) 공부하는 이가 할 일은 이 모순된 현실을 모순이 없는 것처럼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모순을 직시하면서 모순 없는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다(p42).
📝 청장년 시절의 어떤 결핍이 오히려 자원이 되어 있기를. 그래서 결핍으로 고통받기는 했지만, 결핍이라는 것을 아예 모르고 사는 인생이고 싶지는 않았다고 나직하게 중얼거릴 수 있기를 바란다(p95).
📝 모든 코멘트와 비평이 그렇듯이, 그 서평은 서평 대상이 된 책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만큼이나 그 서평을 한 사람에 대해 무엇인가 의미심장한 것을 말해준다(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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